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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탑 = 나 (III)

데스크탑 = 나 (III) 분류없음 2008/03/13 00:45
TV를 예로 들어보자. 기존 매체인 TV는 내가 중심인 매체가 아니다. TV가 중심이고, 제공자(server/provider)가 먹여주는(feeding) 컨텐트를 받아먹을 수 밖에 없는 흔히 이야기하는 "바보상자"다. 내가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컨텐트를 보거나 보지 않거나(못보거나) 둘 중 하나이다. 재방송이라고 해도 그 시간에 보거나 보지 않거나(못보거나) 둘 중 하나이다. 그것을 바꾸기 위해서 내가 TV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지(feedback) 않는 한에는.

그곳은 사람들이 혹은 내가 모일(gather) 수 밖에 없는 곳이다. 모인다는 측면은 굉장히 좋은 특징이지만, 이 시대의 개인(individual)이라는 것이 점점 더 중시되는 현상을 충족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분명하다. 모이기 때문에 더 인간적이라고 하는 것은 시대적으로 딱 정확한 말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지 않을까. 그 먼 - 혹은 멀지 않은 - 옛날에 동네 아이들과 어르신들 흑백TV 앞에 모두 모여 김일의 박치기를 보던 그런 느낌이리라. 영화에서 그런 연출을 하는 것도 뭔가 즐거운 분위기를 위한 모티브를 제공하기 위함이었을 것 같다.

아직 그런 느낌이 남아 있는 중계들이 있다. 스포츠 중계. 그래서 그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서 엄청난 돈을 뿌리고 경쟁들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토요 명화, 주말의 명화라는 말이 이전과 같을까.

언제든 실시간일 필요 없이 골라서 볼 수 있는 방법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기에 모두 모이는 의미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어가고 있다. TV기 때문에 모이는 것이 아니라 모이기 위해서 TV를 사용하는 - 하지만 없어지지는 않으리라. TV에서의 온디맨드(On-Demand)라는 말은 꽤 오랫동안 이야기되어왔지만, 우리의 마음에는 TV란 그런 것이 아니다. TV의 이미지는 TV의 브랜드는 여전히 모이는 곳으로서의 느낌을 오랫동안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TV와 모니터의 기술적인 갭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갭이 이렇게나 좁히기 힘든 것일테다. 근래에서야 메가TV/하나TV등과 같이 인프라를 활용한 서비스들이나 IPTV와 같은 말들이 슬금슬금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웬지 혼자 보기보다는 딸이나 친구랑 같이 봐야 더 좋다.

반면 데스크탑은 일단 내가 중심인 곳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때에 볼 수 있는 그런 곳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컴퓨팅을 한 모니터 앞에 모여서 하는 것이 흔할까 아니면 각자 데스크탑 뒤의 RJ-45 전기신호로 통신을 하는 것이 흔할까...답은 정해져 있다. PC는 Personal Computer이고, 핸드헬드 디바이스는 사실 Personal Device인 것이다. 소유의 의미로써의 Personal 뿐만 아니라 나를 대변한다는 의미로써의 Personal.

(이 데스크탑이 다시 TV때의 모이는 의미로 회귀하는 경우는 오락(entertaining) 목적인 경우이고, 오락이 목적이되면 되려 데스크탑으로서의 의미가 퇴색되는 경우이기에 다른 이야기로 남겨둔다.)

데스크탑이 TV가 가진 훌륭한 특성을 버리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아니다. 대신 데스크탑을 통해서 가상적으로(Virtually) 모이는 새로운 방식을 제공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얼굴 마주보고 모이는 것에 비해서 이것이 "덜 인간적이다(?)"라고 하는 말이 세대를 거쳐가면서 점차 참/거짓의 참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가상적으로 모인다"는 말은 물리적으로 모인다는 것에 비해서 엄청나게 큰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 모인다는 표현에 있어서의 매개는 "데스크탑"인 것이다! "데스크탑=나".

- 철수(charlz)(20080313)
Posted by charl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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